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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과 귀금속_05

Neon Fossel 2021. 8. 18. 19:13

만듦새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만듦새가 짱짱하다. 아이폰 / 아이패드/ 맥북을 들거나 만지고 있다가 반대로 과거든 지금이든 안드로이드 폰(내 경우엔 갤럭시) / 안드로이드 태블릿(갤탭) / 기타 노트북(삼성 노트북)을 건드리면, 아무리 비싼 부품이나 스펙으로 애플을 압도하는 구성을 했다고 해도 뭔가 모를 그 ‘장난감’ 같은 느낌이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우선 외장에서 애플은 흔한 나사 홈이나 접합부마저도 거의 찾기 힘들 정도로 쫀쫀하게 꽉 맞춰 마감했다. 애플 혼자서만 배터리가 일체형일 때는 그 차이가 정말 심했다. 다만 이런 건 대부분의 다른 기기들도 점차 일체형을 채택하면서, 요즘 갤럭시도 적어도 폰은 비슷하게 따라왔다. 그런데도 계속 그런 느낌이 드는 건 뭘까.

내부 설계에서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어차피 모든 모바일 기기는 자리가 비좁아서 문제이지 딱히 비어 있을 이유가 없기에 깡통처럼 빈 공간이 문제는 아니다. 갤럭시를 비롯한 안드로이드 모바일기기 혹은 타사 노트북들은 내장 부품이나 회로 설계가 엉성한 게 문제였다. 그래서 그냥 뜯었을 때 눈으로 보기에 깔끔하지 않은 건 기본이고, 굳이 내부까지 열어볼 일 없는 실생활에서 밀접하게 느끼기로는 들거나 누르거나 했을 때 자꾸 장난감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겉을 애플처럼 알루미늄도 써보고, 심지어 유리로 바르고 별짓을 다해도 끝까지 따라잡지 못하는 차이는 거기에 있었다.

프랑켄슈타인처럼, 누더기처럼 여기저기 기워입혀서 우스꽝스럽게 조립한 게 아니라 원래부터 속부터 겉까지 한 덩어리로 그냥 쭉 주조되었거나 처음부터 그렇게 있었던 것 같은. 그렇게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지거나 땅에서 밑도 끝도 없이 솟아나듯 만들어진 이상한 물건. 외계인의 물건 같은 그 딴딴하고 쫀쫀하며 매끈한 느낌. 그런게 애플엔 있다.

영어에서 어떤 대상이나 상황, 느낌이 ‘완비되었다, 완벽하다, 흠잡을데 없다, 짱짱하다’라고 할 때 Solid!라는 형용사를 꽤나 많이 쓴다. 공연, 스포츠에서도 많이 쓰고. 바로 그 느낌. ‘Solid 하다’. 애플 기기들이 라인업을 막론하고 사용자에게 주는 시각/촉각으로서의 느낌은 바로 그것이다. 기존에 미국, 미국 기업, 혹은 미국 제품(주로 건축양식, 자동차, 전자제품)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강력한 출력, 순전히 시원시원하고 거대하기 때문에 아름다움, 대신 우아한 멋대가리나 디테일은 정말 없고 투박함’이다. 근데 얘는(애플) 독일의 병적인 완벽주의가 심하게 느껴진다. 마치 아무나 다 들어본 적당한 외제차 말고 브랜드 이름도 생소할 정도의 ‘핸드메이드’ 슈퍼카의 그 마감 같은 느낌. 그런데 거기에서 노잼과 꼰대 색채를 빼고 타임스퀘어(응, 영등포 꺼 아니야)의 힙함을 끼얹어놓은 듯 기묘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