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출근길 엘베에 공고가 붙었다. 노후 엘베 교체를 무.려. again 무.려. 40일 동안이나 한다는 것. 어이를 심각하게 상실해서 구모델 한에게 전화했다. 일하는데 왜 전화냐고 짜증이다. 날 닮아서(?) 일할 때 참 성질이 ㅈ… 지ㄹ… 진국이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벌써 일하고 있는 건 님의 직업 특성 탓이다. 누가 남들 출근시간에 벌써 한창 일을 하고 있냐고 참나. 엘베 공사기한을 일러바쳤다. 자기가 여태까지 본 현장 중에 제일 오래 걸린 것도 15일이라며 말도 안 되게 긴 거라고. 주말 지나고 동대표 누-님-이-모-님? 나이가 애매한 그분 등을 떠밀어서 공사기간을 땡겨야겠다.
단지에서 유일하게 독보적으로 1.5인용 초소형 전기차가 있길래 신기했는데 알고 보니 저 누님 꺼였다. 집에 왔던 구모델 한이 주차장에서 보고 신기하다고 검색해보래서 찾아보니 저 쪼그만 네 발 오토바이 같은 게 무려 삼천만 원이라고 ㄷ… 보조금 받는다고 쳐도 아직 전기차는 규모에 비해 비싸구나. 그러더니 무려 저번 동대표 보궐선거에 떡하니 나왔다. 선거 공고문에서 보니 41세 학원 수학선생이다. 저번에 관리사무소가 단지 내 테니스장을 외부 강습 업체에 사실상 무상 임대해주고 소장이 뒷돈을 받아먹는다는 의혹을 찔러서 소장의 밥줄을 자르고 관리업체 자체를 갈아치우는 정의를 구현하고 덩달아 동대표에 당선됐다. 게다가 무려 바로 우리 밑에 집이었다. 계절마다 근처 집들에다가 고구마를 비롯한 농산물을 인사조로 뿌린 덕분에 엔피씨 호감도가 나쁘지 않다. 그분이라면 해낼 것이야. 오이오이 든든하다구!
그리고 정말로 하루 이틀 만에 엘베가 서버렸다. 애초에 예전 살던 복도식 아파트면 엘베가 두 개라서 상관없을 텐데. 이놈의 계단식은 복도가 아니라는 프라이버시의 이점이 있는 대신 엘베가 딱 하나인 게 너무 불편하다. 16층부터 20층으로 걸어 올라가서 옥상을 통해 반대 라인으로 넘어간 뒤 엘베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 올라갈 땐 그 반대. 머리를 아무리 굴려봐도 왕복 8개 층을 걷는 건 피할 수 없다. 그냥 집에서 안 나가거나, 나가면 안 들어가야(…). 그렇게 따지면 딱 한가운데인 10층 집들은 지옥이겠다. 엘베를 타나 그냥 걷나 무적권 왕복 20층이다. 감사하며 살자. 그런데 하필 요즘은 괜히 출근할 일이 스멀스멀 많아지고, 그래서 나가면 진짜 집에 잘 안 들어온다(…).
3년 만에 아파트 값이 두 배가 넘었다. 게다가 집 뒤 그린벨트가 풀리며 걸어서 8분 거리에 있는 역에 GTX까지 확정됐으니 15억까진 간단다. 15억은 부동산과 기존 입주자들의 희망 뻥튀기 수치니까 대충 후려쳐서 보정하면 12억까진 간다는 얘긴가. 와. 좋아해야 하나. 어차피 다주택으로 판치기를 하는 게 아닌 실거주자들은 사실 그닥 의미가 없다. 그걸 팔아서 옮길 다른 집들의 가격도 같이 오르기 때문. 재산세 또 겁나 나오겠네. 이놈의 재산세는 교통정리가 안 돼서 아직도 내가 내야 되나. ㅇ ㅏ … 아직도가 아니라 이제 쭉 내가 내는 건가. 건강보험료 폭증에 양도세까지 머리 아프다. 세금에다가도 다 드루와! 해버리고 싶지만, 사실은 그만 뜯으라고 하고 싶다. 죽겠어 진짜. 그러고 보니 나 이번에 건강보험료 또 오르면 재난지원금 못 받는 건가. 아 경기도는 100퍼 준다고 했지. 재명갓, 대통령은 깜이 안 되니까 하지 말고 걍 경기도지사 쭉 하면서 내가 낸 세금이나 거꾸로 퍼주세요.
그래서 요즘 우리 단지도 신나고 바빠졌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모터 달고 달릴 기세. 주차 공간이 부족해서 밤만 되면 흉하게 이중주차가 빼곡하니, 인라인 스케이트장이나 테니스장을 밀고 주차장을 증축하자 + 외장 페인트칠을 다시 하자 + 엘베를 교체하자 등등. 최근에 카톡으로 했던 아파트 단지 투표가 근 15건에 육박한다. 20년이 조금 넘은 이 지지부진한 동네의 의사결정이 이리도 빨랐던 적이 있었던가. 역시 인간은 interest, incentive에 반응하고, 그것은 당위나 강제보다 효과가 훨씬 강력하다.
그러고 보니 주중에 차 보험 갱신기간이라고 문자가 왔다. 사실 매년 6-8개 다이렉트 보험의 보험료와 보장내용을 비교해보긴 했다. 그래도 가끔 비슷한 가격의 최종 후보가 둘인데 귀찮으면 그냥 설현이가 광고하는 데로 찍으면 됐었다(…). 근데 AOA와 설현이는 각각 인성이 터져나가며 우주로 가버렸으니 이제 어쩌지. 짤없지 뭐. 숫자 보고 골라야지. 이것도 할 일 목록 추가. 근데 왜 연예인에 그닥 관심 없는 내가 아주 가끔 드물게 잘생겼다(내 여자가 아닌 여자의 괜찮은 이목구비와 바디 비율을 일컫는 말)고 느껴서 좋아한 여자 연예인들은 하나같이 인성이 터져서 골로 가는 걸까. 설현, 아이린, 서예지 후… 가끔 이 리스트를 동기 여자애들이나 회사 사람들이 물어봐서 대답해주면 모든 여자들이 거의 같은 표정을 짓는다. ‘아 알겠다 ㅎ 취향 노답이고 굉장히 일관적이네. 절레절레’. 뭐지. 다음엔 정확히 그게 어떤 취향이 어떻게 일관적인 거냐고 물어봐야겠다. 나도 모르겠는데. 그래도 아직 한 발 남았다. 크리스탈은 살아남았다. 수정이 빠이팅. 최근에 나왔던 영화를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봤는데, 다시 봐야지. 뇌쇄적인 눈빛이랑 라인이 넘모^(500,000,000) 잘생긴 정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