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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_05

Neon Fossel 2021. 8. 24. 21:44

“형, 근데 요즘은 노래를 믹스 단위의 통째로 돌리고 들으니까 노래나 아티스트가 누군지도 모르게 듣게 돼. 그냥 다 흘려듣고 지나가는 느낌.”

 

“나도 그래. 일할 때나 쉴 때 그냥 아무 믹스나 돌려놓고 들으면 심지어 믹스 주제가 뭔지도 모르고, 아티스트는 고사하고 지금 듣는 곡 제목이 뭔지도 모르고 그냥 막 지나가지 ㅋㅋ”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런 현상이 너무나도 당연하거나 혹은 적당히 낯설수도 있지만, 우리에겐 굉장히 낯선 요즘의 풍경이었다. 공통적으로 머릿속에 굉장히 선별적인 기능이나 지식들만을 넣느라 일상 기능에 어디쯤 나사가 하나씩 웃기게 빠진 사람들이었다. 그런 우리들 머리속에는 뭐그리 대단한게 있는가 했더니 죄다 그런 것들이었다. 일반적인 팝이나 국내 대중가요 정도를 듣는 사람들은 관심조차 없을 미국, 유럽, 일본 등의 괴상한 밴드 이름. 앨범 이름, 곡 제목, 멤버들 이름, 걔네가 무슨 악기를 쓰고, 어떤 이펙터와 앰프를 쓰는지. 요즘 거기 기타가 루프랑 이펙터를 뭘로 바꿨다더라, 그랬더니 저번 그 앨범 9트랙 세컨 브릿지에서 그런 변태같이 날카롭고도 양감있는 톤이 나왔다더라. et cetra et cetra et cetra… 그런 얘기로 밤을 세웠다. 거기엔 그 앰프를 섞으면 안되지, 거기선 보틀넥이 아니라 쌩손이었어야지 이렇게.

 

그랬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소리를 듣고있었다. 재료와 기법이 상상되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