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까지 걸어오니 10시 40분쯤. 아직 주사 부위에 별 느낌은 없다. 근데 살짝 왼쪽 어깨 관절이 뻐근해지기도 하는 듯. 이게 정말로 아파지는 건지, ‘아플 거야’라고 자꾸 상상하고 신경을 쓰니까 환상통처럼 없는 아픔을 느끼는 건지 모르겠다.
오늘은 무슨 이슈가 있나 대충 체크를 하고, 어차피 오늘 내일자 워크 플로우에서 빠져있으니 딱히 뭘 같이 하자고 하기가 피차 애매한 상태이길래 일단 오후까지 두고보자고 미뤄놨다. 병원에서도 직후 세 시간은 안정을 취하고 자세히 살펴보라고 하니까, 세 시간 뒤면 딱 점심시간쯤이기도 하고. 어제까지 망상과 공상을 오가면서 주무르던 스레드를 다시 걸어놨다. 일해라 맥북, 일해라 비싼 연장아.
식재료가 도막도막 여러가지가 조금씩 남았다. 이럴 땐 카레지. 카레는 항상 ‘조금만’ 하려고 했다가, 망하고 한 솥을 해서 세 끼쯤 먹다가 질려버리는 실수를 반복한다. 그리고 오늘도 그렇다. 아몰랑 그냥 처음 먹을 때라도 맛있게 먹자. 블소2가 나왔다고 김실장 아저씨가 유튜브에서 웬일로 대낮부터 라이브를 켰다. 오오. 근데 왜 사람들이 도네를 엔씨 부조금(…)이라면서 하는 거지 ㅋㅋㅋㅋ 또 ‘그 코드’인가 보군. 저런. 똑똑한 사이다 아저씨와 목소리가 나긋나긋 또랑또랑 좋은 피디 누나(높은 확률로 동년배이거나 심지어 어릴 것이다)가 도란도란(은 아니고 빡쳐서 랩을 하는) 떠드는 걸 들으며 밥을 먹었다. 전체의 대부분인 블소2 플레이보다 가끔 트는 도깨비 영상에 반응이 더 좋다 ㅋㅋㅋㅋ
카레를 다 먹었는데 속이 살-짝 메스껍다. 설마 ‘그 증상’인가. 속이 안 좋은 경우는 살면서 별로 없는데. 커피를 내리고 잠깐 멍때리는데 스르르 졸리다. 백신을 맞았다니까 회사에서 보민이랑 유진이, 대학 동기 놈들, 블자노예놈들은 하나같이 ‘왼팔잠금ON’이러면서 후유증 심하라고 아주 고사를 지낸다. 정말 마음 씀씀이가 좋은 친구들(…)이다. 너네 맞고 열 펄펄 날 때 내가 아주 춤을 출 것이야. 이쯤부터 확실하게 팔이 아파왔다. 대충 내 주먹만 한 굵기의 쐐기나 못을 어깨에 대고 망치로 꽂아 넣은 느낌. 뭘 들거나 밀거나 하는 동작 말고도, 그냥 내 팔의 무게 자체 때문에 아래로 쳐지게 되면 아프다. 다행인 건 책상에 일단 올려서 걸쳐 놓으면(…) 손가락으로 키보드 위에서 움직이는 정도로는 간신히 자극이 안 된다.
점심이 조금 지나자 약간 붕 뜬 것 같으면서 졸렸다. 괜히 뭘 오가다가 자버리면 오히려 더 문제니까, 한숨 자고 온다고 말하고 누웠다. 누워서 카톡으로 간호순한테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최소 어제 열두시부터는 접종을 대비해서 웰빙모드로 미리 들어갔다. 근데 그 직전엔 요즘 술을 너무 안 마셔서 땡기길래(…) 스스로 약속한 열두 시가 되기 전에 혼술을 신나게 달렸다(…). 그러고도 막상 잠이 안 와서 일을 좀 하다가 잠도 늦게 잤다. 그렇게 얘기했더니 알콜-접종 후 발열-타이레놀-급성간부전으로 훅 가고 싶냐면서 난리다. 어제 자기는 모르던 사이에 언제 그랬냐고. 일이고 뭐고 애먼 짓 하지 말고 그냥 자란다. 원래 이런 건 말을 잘 안 듣기 때문에 욕을 한 사발 얻어먹고 대충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자고 저녁쯤 일어났더니 열이 살짝 올라오면서 머리가 핑핑 돈다. 어예. 효과 확실하네. 그리고 내 몸의 기본 쉴드도 작동을 잘한다는 반증이기도 하고. 근데 정말 바닥에 붙어버릴 만큼 노곤하고 뻐근하다. 다행히 열 자체는 그렇게 심하지 않다. 맞은 팔의 통증은 좀 더 심해졌고. 큰일이다. 왼쪽으로 돌아 누워서 아이패드 봐야 되는데 그 팔이 눌리는 자세가 불가능하다니. 아, 위아래를 뒤집어 누우면 되려나. 희망을 버리지 않고 뭐라도 끄적이려다가, 안경을 써도 모니터가 흐릿해 보이길래 그냥 다시 누웠다.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