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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_01

Neon Fossel 2021. 8. 28. 11:01

밖에서 귀여운 꼬맹이들을 만나면, 스스로를 3인칭 화법으로 지칭할 때 이제 더 이상 ‘형은, 오빠는’이라고 하지 못하고 ‘삼촌은~ 아저씨는~’이라고 나오게 되는 나이가 있다. 사실 내 마음에서 나는 형인데, 옆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양심적인 평가를 하는 것이다. 대충 만 나이 기준 31-32세. 그때쯤, 그리고 지금쯤. 나 혹은 내 주변 몇몇은 우리 나이가 청년과 아저씨 사이 어디쯤에 걸쳐있다고 생각한다. 겉으로든 속으로든. 그래서 가장 흔한 대화는 이렇다.

-아 에바야 이러면 진짜 우리(혹은 나) 아재(혹은 꼰대) 같잖아
-우리 아재야(…).
-홀리ㅆ…

여기서 겉모습에서의 예외를 미리 털고 가자면 연예인이나 최소 연예인 비슷한 패션 스타일을 유지/고수할 수 있는 환경에 있는 특정 이상치는 제외한다. 그런 사람들은 당연히 나이 50이 다 되어도 옷 입는 센스/능력/환경이 어차피 20대 중후반 남자나 별로 다를 게 없다. 예능에 나오는 철없는 형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대부분 40대 중반을 훌쩍 넘긴 걸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건 당연히 나이가 들면 들수록 꽤 많은 시간과 자원, 그리고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단순히 옷만 애들처럼 입거나 편하게 입는다고 대충 입고 스타일링을 제대로 못하거나 or 원래 옷 테가 구린데 몸 관리를 안 하면, 그냥 누더기 대충 입고 헐벗은 노인네가 되는 참사가 발생한다. 우린 지금 우리 곁에서 발에 채이는 그런 ‘일반인’들, 즉 우리 혹은 우리의 가까울 수도 있는 미래 얘기를 하는 거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의 예외는 주로 아트/개인사업/아트+개인사업에 종사하는 부류를 예외로 한다. 애초에 체제에 맞춰 살 이유도 필요도 없기 때문에 ‘전형적인 아재’의 모습을 그다지 답습하지 않는다. 물론 그 반대가 무조건 사고방식의 ‘젊음’이나 ‘힙함’이라는 보증은 없다. 전형적이지만 않을 뿐, 갈라파고스처럼 혼자 괴상하거나 꼰꼰해질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후자의 경우가 차라리 더 많은 편이다. 무튼 전형적이지 않으니 예외는 예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