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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북클럽

Neon Fossel 2021. 9. 5. 07:19

안 졸리고 안 피곤한데 괜히 피곤하고 싶은 시간과 기분이다. 라디오에선 이 새벽 혹은 아침 댓바람부터 책 얘기다. 여섯 시 오분부터 하는 라디오. 주말 이 시간에 누가 라디오를 들을까. 아, 나 같은 사람. 오늘따라 도로는 괜히 더 덜컹거린다. 자주 오가는 길인데 오늘따라 더. 권여선이라는 작가의 책 얘기. <사랑을 믿다>. 제목이 너무 상투적이지 않은가. 상을 많이 받은 작가라고. 위트도 있다네. 어떤 작가는 PC통신 시절, 모뎀 연결이 끊어지면 재접속을 기다리는 게 지루해서 그때마다 글을 쓰다가 낸 것으로 등단하고 작가가 됐단다. 진행자의 목소리가 약간은 드라이하다. 아나운서겠지 아마. 한참을 듣다가 광고시간이 끝나고 프로그램 이름을 제대로 처음 들었다. 라디오 북클럽 - 김겨울입니다. 모음 하나만 바뀌었을 뿐인데, 사람이랑 계절이 동시에 바뀐다. 책 얘기를 참 도란도란 깔끔하게 잘한다. 다시 한번 떠오른, 이 라디오 프로그램의 시간대, 주말 새벽 여섯 시. 어쨌거나 마음에 드는군.

 

차가 신호에 걸려야 메모를 할텐데. 머리속에서 간절하게 키워드만 붙잡는다. 다음 신호까지만 까먹지 말아라. 라디오 북클럽, 권여선, 사랑을 믿다, 모뎀, 김겨울. 반복, 반복, 반복.

어릴 때부터 내가 좋아하는 과학이나 사회, 철학, 역사 다큐는 항상 평일 열한 시가 넘었을 때 방영됐다. 그런 것처럼 이 라디오도 광고료가 비싼 프라임타임으로부터 멀찌기 떨어진 어딘가에 이렇게 덩그러니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컨텐츠들은 대중의 관심이 별로 없나 봐. 김가을, 김겨울. 신기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