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생각이 미쳤을 때, 의심이 가는 하나의 출처가 더 떠올랐다. 커뮤니티의 일명 모지리체(내가 증오와 경멸에 차서 붙인 이름이다, 저게 애초에 조직화된 밈이 있다면 그 밈의 이름은 모른다).
근[대]
나도 이거 먹구싶은[대]
하고싶은[데]로 해
이런 식으로 글에 들어가는 모든 ㅐ와 ㅔ를 반대로 뒤집는 댓글과 포스트를 올해엔 특히 자주, 작년 하반기부터는 종종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 워낙 짧은 한 줄짜리이거나, 어쩌다 한두 개만 저렇게 썼을 때는 그냥 오타이거나 모지리겠거니 했다. 근데 점점 보다 보니 아예 포스트 하나를 통째로, 몇 줄이 넘는 댓글 내내 수십 개의 ㅐ와 ㅔ를 통째로 일부러 다 바꿔 쓴 걸 목격했다.
저런 비슷한 다른 하위문화의 특징을 차용했을 때, 추측 가능한 몇 가지 가설은 있다
1_ 그냥 일부러 틀려서 모자라게 ‘바보놀이 하는 것 자체’가 그 밈을 공유하는 느슨한 구성원들 사이의 재미다. 굳이 맥락적인 설명을 붙이자면 기존 시스템을 비튼다는 것 자체가 주는 쾌감.
2_ ‘1’과도 비슷하지만, 특히 나 같은 맞춤법 오류에 알레르기 반응을 심하게 일으키는 10선비들이 발작을 일으키는 걸 알고, 일부러 도발하기 위해 저러는 경우. ‘외.않.됀.데?’가 대표적이다.
3_ 제발 이건 아니었으면 하지만, 특정 커뮤니티의 구성원들이 다른 곳에서 각각의 정체는 들키지 않으면서도 서로는 알아보기 위한 신호로써 처음엔 쓰기 시작하다가 2-3차적인 소비자들에 의해 의도도 모르고 밈이 되는 경우. 가장 대표적으로 ‘어떡하[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