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빙자한, 사실상 펜시브(라 쓰고 뇌의 잡생각 저장고) 털어내기에 더 가깝다. 각각을 따로 떼면 최소한 개별 글, 혹은 시리즈가 될 걸 알면서도. 이렇게 떨어내기엔 좀 그런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한번쯤 눈을 질끈 감기로.
건너뛰어버린, 없어진 가을이 갑자기 돌아온 날이다. 가을이 지나쳤다가 다시 왔다. 편하고 예쁘다. 날씨가 다시 적대적이지 않게 되었다. 내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할로윈을 작살내놓고 관찰자적 입장에서 ‘길바닥에 사람 많더라’라고 한탄하는 부류의 인간들이다. 나도 역시나 그렇게 남들 다 하는 홀리(뻐킹)데이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난히 가을에 어울리는 색의 옷이 많다. 그런데 정작 가을이 사라져서 졸지에 입을 옷이 별로 없는 양 계절, 즉 여름과 겨울이 붙어버리는 재앙이 발생해서 요즘 좀 난감했는데. 단풍이! 갑자기 생각나네. ‘가을에 어울리는 옷이 많다’. 이상하게 중의적인 표현이군. 가을가을이.
역시나 또다시 주변인들 중에는 주말에 정말 슈퍼 바쁠 것 같은 핵인싸들인데 의외로 집에서 초식처럼 짱박히고 널브러지는 걸 좋아하는 인간들이 많다. ‘바쁠테니 용건만 간단히 - 이러이러하다’라고 하면 갑자기 ‘나 집인뎅’. 오 뭐야 너도? 라고 한 열댓번쯤 최근 돌아가면서 얘기한 것 같은데. 물론 거기에 돌아오는 대답은 ‘정작 니가 가장 그렇게 의외인 부류이다’라는 자기모순적, 자가당착적인 정체성. 내가 그렇게 주말이 바쁠 것 같이 보이나. 하긴 짱박히는 집돌이라고 하기엔 부지런히 증발한 주말이 많긴 한데. 그렇다고 주말에 한가하면 큰일날 것처럼 반 의무적으로, 반 타의에 의해 쏘다니는 편은 아니다.
일에 쫓기다가 글을 미루고, 글에 쫓기다가 잠을 미루고, 잠에 쫓기다가 게임을 미루고, 게임에 쫓기다가 음악을 미루고, 음악에 쫓기다가 휴식을 미루는(…) 쫓고 쫓기는 연쇄가 평일의 매력(그래, 매력이라고 일단 치자)이다. 적어도 주말이라도, 어떤 것에도 쫓기지 않게 각각이 충분히 자리잡을 시간이 필요하다.
타이어 테두리에 흙먼지가 옅게 묻어서 선이 생겼다. 어차피 자동세차에 밀어 넣으면 아주 잠깐 새 차인 것 같은 느낌이야 나겠지만. 차체와 비슷하게 타이어도 왁스를 먹이지 않으면 광택이 쉽게 바랜다. 타이어에도 구두약처럼 타이어 테두리 선을 잡아주는 게 있다고 하던데. 비싸려나. 얼마가 문제가 아니라 사러 가는 게 귀찮아서 문제다. 다른 수컷들처럼 세차 자체를 컨텐츠 삼아 놀면서 시간과 돈을 붓는 바람에 여자 속을 시커멓게 태우지는 않는다. 아무리 그렇대도 기본적인 간지와 품위유지에 최소한의 노력은 해야 한다. 우리 차는 어두운 밤에 진하게 매끈한 쌀색빛 흰색과, 그릴과 휠에서 거대하게 반짝이는 크롬, 그리고 타이어가 매-끈하게 구두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크면서도 ‘아름다워야’ 한다. 등장하면 ‘어웈…. 뭐야 미국차야? 이 차 뭐야?’라는 아메리카 간지를 위해서는 어쨌든 저걸 사러 가야된다는 건데. ㅇ ㅏ … 핵귀찮아.
에프원 방송채널과 디즈니 플러스 양쪽의 탐욕 혹은 멍청함 때문에 라이브 영상을 거의 못 보고 있다. 그래서 좀 지나고 나서라도 아예 한 주의 풀 이벤트 영상을 꼬박꼬박 받느라 외장하드랑 맥의 SSD 용량이 다 타버릴 지경이다. 저것도 봐야되는데. 세상은 놀고 보고 할 게 정말 많다. 아마 난 1만년쯤 줘도 시간이 부족한 인간일 거야.
한 번에 여러가지 공부를 하거나, 여러 작업을 할 때, 오히려 그 작업끼리 순환시키면 주의가 환기돼서 퀄이 올라간다는 팁을 중학교쯤 알게되고, 여태 그렇게 살고 있다. 그래서 글도 일부러 시리즈를 이래저래 벌려놓고 마치 뷔페에서 음식을 채우듯 그때그때 내킬 때 이런저런 시리즈를 연재하는데, 이제 완결이 뭐고 미완이 뭔지 기억이 안 날만큼 너무 문어발이다. 그것도 해야되고, 카테고리도 잡고, 하다 만 디자인도 다시 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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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지금 워프레임 크레딧 부스트라서 크레딧 땡겨야됨; 쫌따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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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