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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in control of _04

Neon Fossel 2021. 11. 4. 13:12

실물세계와는 다르게, 최근 몇년 사이 접하는 여러 매체들에게 나는 아직 무방비라고 느낀다. 이제서야 주도권, 선택권을 다시 가져올 필요를 느끼기 시작했고, 그래서 노력 역시도 이제 시작하는 단계.

‘내가’ 뭘 볼지, 그걸 언젠가부터 왜 ‘네가’ 정하는 거지?

어찌보면 쉽게 반문이 가능한 질문이다. ‘니가 그 플랫폼을 쓰니까! 꼬우면 쓰지 말던가!’ 라고. 신기한 건, 최근 그 ‘꼬와진’ 플랫폼들이 처음부터 그렇게 ‘꼽진’ 않았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셋 다 처음엔 ‘내가 팔로잉(구독)한 계정들의 게시물’을 종합해서 게시 순서대로 나열하는 식이었다. 그게 기본값이었고, 그래서 그들이 보여주는 것은 곧 ‘내가 보기로 선택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데이터 마이닝과 머신러닝(주로 몬테 카를로 방식의)에 힘입은 알고리즘이 등장했다. 처음은 단순했다. 통계적으로 유사한 기본 특징과 선택의 경향을 가진 집단들에게 그 비슷한 선택의 결과를 공유하는 것. 간단히 말해, 내가 뭘 보면 그것과 비슷한(정확히는 ‘나같은 사람이 본’) 걸 자꾸 물어다 주는 방식. 관성적이고 가속적인 강화. 이것을 업체의 언어로 표현하면 ‘당신에게 꼭 맞는 맞춤 컨텐츠를 제공합니다’ 쯤 되려나. 이 말은 틀리지 않다. 그리고 심지어 적대적이지도 않다. 드라이하게 보면 그 자체로 편리하고 이로운 것이다. 관심 없는 수많은 컨텐츠 중에 허우적거리며 찾을 필요 없이, 내가 기존에 고른 것과 연관성이 높은 것들을 알아서 자석처럼 끌어모아 오는 거니까. 다만 여기서는 딱 한 가지의 문제만 발생한다. 내 과거의 선택이 미래의 접점마저 좁게 가둬버리는 것이다. 보던 것만 보고, 그게 세상의 거의 전부인 줄 알게 되는 현상. 하던 생각만 더 강화되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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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