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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d Yourself] X [Shadow Priest] _02

Neon Fossel 2021. 11. 7. 12:54

이 노래를 듣고 암사를 처음 떠올렸던 때, 처음엔 이렇게 구체화되지 않은 두리뭉실한 느낌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이제와 그것을 이제 암사라는 다른 축에서 풀어보면 이렇다.

암사는 고결하다. 흰 옷과 사제라는 이미지에서, 그들은 높고 아름다운 것을 좇으며, 동시에 그들 자신이 그것에 가장 가까운 존재이거나 혹은 이미 그런 존재이다. 난 그래서 사제 캐릭터를 블엘 남캐로 골랐다. 너무 느끼하거나 뻔하게 잘생기고 고와서 오히려 무수히 많은 유저들로부터 욕을 먹는 그 존재. 나에겐 오히려 블엘 남캐가 당연했다. 암사는 고결하다. 곧고, 아름답고, 강해야 한다. 그런 나를 제외하고 대부분 암사를 하는 사람들은 사제를 우스꽝스러운 종족으로, 그런 존재로 골랐다. 턱이 빠지고 무릎이 나가 있는 언데드를 고르거나 일부러 키가 이상하게 작은 노움이나 고블린을 고르거나, 혹은 이상하게 우람한 판다렌이나 타우렌으로 고르거나. 아니. 암사는 흠이 없고, 곧고, 높고, 아름다워야 했다. 그리고 나는 내 캐릭터가 나를 비춘다고 생각해서, 남캐를 할 수 있으면(끔찍하게 못생기지 않았으면 - 트롤 남캐;) 남캐를 한다. 그래서 블엘 남캐가 나에겐 맞는 선택이었다.

암사의 완전히 다른 반대면인 공허도 어찌 보면 방향만 다를 뿐, 빛만큼이나 기품 있는 힘이다. 와우 연대기에는 우주의 각 세력이나 개념을 한 폭의 그림에 정리한 것이 있다. 거기서 흔히들 말하는 어둡고 부정적인 방향에는 여러 방식이 있다. 암사가 다루는 공허라는 힘은 그 다른 어두운 것들과 구별된다. 예를 들면 부패처럼 그저 못나고 비이성적이고 게걸스럽게 뒤틀린 것이 아니다. 암사의 공허는 그 자체가 단순한 악도 아닐뿐더러, 공허와 연관되어 암사의 여러 스킬의 기본이 되는 정신계열 역시 복잡하고 섬세한 여러 의미와 맥락을 갖는 그런 어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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