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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cing Disorder_08

Neon Fossel 2021. 11. 13. 04:12

그리고 저런 일들을 당사자로서, 관찰자로서 겪었다. 명목상은 100퍼센트 당사자였으나 사실 온전한 의미로는 그렇지 못했다. 우리는 돌아갈 곳이 있던 사람들이니까. 그걸 나와 남이 모두 대놓고 아는 상태였으니까. 그들을 보며 여러가지 혼재된 감정이 들었다. 혼재된 감정에 대한 내용이니 형식도 두서없이 나열하자면 이렇다. 저들은 실제로 위태롭고 게걸스럽고 천박하기도 했으며, 한편으로는 현장에서의 짬크러쉬가 진하게 묻어나도록 멋지고 치밀하게 일을 잘하기도 했다.

처음엔 섞여들어가기가 참 어려웠다. 밖에서 보기엔 다 같은 회사 간판 아래서 비슷한 정장을 입고 일하는데, 정작 안에 있는 사람끼리는 구분 지을 거리가 치사하게도 참 많았다. 회사에서 받은 펜, 회장이 직접 하나씩 달아준 뱃지, 아무 생각 없이 출근길이 추워서 입고 갔던 회사 점퍼, 연수원에서 인당 박스째로 덥석 안겨주길래 받은 회사 다이어리들. 이제와 돌이켜보면 그들에게 없던 표식들이 그렇게도 주렁주렁 많았다. 어쩌다 본사에서 지역 영업관리 직원이 매장으로 오면, 전체를 다 교육하다가도 굳이 따로 불러내서 안부를 묻는 한 명. 그런 장면들이 하나씩 불쑥 튀어나와서 관찰될 때마다 기존 영업사원 사이에서는 잠깐의 정적과 몇 번의 눈빛 교환이 이어졌다. 그러고는 “ㅋㅋ.. 으으 본사 냄새~~ 우리 도련님 일루 와, 밥 먹으러 가자” 이러면서 오히려 짬이 찰대로 찬 현장 영업사원들이 그 상황을 너스레로 넘겨줘서 다행이었다. 정작 그 불편함의 원인제공자인 나는, 그 이상한 급 나누기의 미필적 가해자가 된 이 상황에 어쩔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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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