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전국 각지에서 OJT를 하던 동기들이랑 본사에 모여 교육을 받고 나서 회식을 할 일이 있었다. 단톡에서 매장 사정이나 개인 사정으로 교육을 못 온 애들이 몇 명인지, 회식은 회식대로 안 가는 애들은 몇 명인지 빼서 계산하고. 식당도 잡고, 알아서 주문하라고 하면 하루 종일 걸릴 거니까 테이블 별로 돌면서 미리 주문 프리셋을 몇 개 던져주고 주문을 막 밀어 넣고, 그러고 한참을 돌아서 애들이 대강 잘 먹고 떠들기 시작했다 싶으면 건배사 한번 땡겨주고 그제야 어딘가 남는 자리에 끼어 앉는 게 일상이었다. 자연스럽게도 남는 자리는 항상 조용조용하고 내성적인 히키코모리들 테이블이었다. 얘넨 노잼이라 옆에 애들이 잘 안 앉거든. 그런데 말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들어보면 진중하면서도 섬세하고 은근 날카로운 통찰이나 웃긴 면이 있기도 한 친구들이다. 얼굴은 아버지 세대쯤의 아저씨처럼 생겨가지고는 키가 작고 동글동글해서 실루엣이 하리보 젤리를 닮은 동기 녀석이 있었다. IT로 입사한 두연이. 그래서 별명이 하리보 or 연두연두였다. 내가 회식 때마다 그렇게 뒤늦게 근처에 앉으면, “기장 형 고생했어요. 허헣”라면서 앉을자리를 세팅해주던 녀석이다. 너처럼 물렁하고 순진한 녀석이 그 살벌한 가구매장을 어떻게 견딘다니. 본사는 뭔 정신으로 IT까지 굳이 매장 뺑이를 시키는 건지. 난 동생은 가져본 적 없는 외동이지만, 볼 때마다 동생인 것처럼 마음이 쓰였다.
그렇게 숨 좀 돌리고 본사랑 매장 모두까기로 살짝 열띤 분위기가 되어 갈 때쯤이면, 인싸놈들이 모인 테이블에서 항상 나를 뒤늦게 찾았다. “어어어어어??!! 기장 어딨어 기장~~” 주로 세상이 뭐든 쉽고 재밌고 흥이 난다고 생각하는 래정이랑 원빈이 형이었다. 연대 애들은 다 저런가. 아참, 나 많이 겪어봤지. 맞네. 다 그렇다. 그들이 우르르 오거나, 내가 가면서 테이블이 우르르 돌거나. 그렇게 여기저기 섞이면서 놀다가 좀 차분하게 삼삼오오 찐한 얘기를 할 때가 되면, 한 번씩 저런 얘길 꺼냈었다. 급 나누기가 불편하다고. 거기서 가해자라는 게 더. 그런 말을 들으면 다들 되게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그건 가해가 아니다. You, We earned it. 우리가 대학 다닐 때, 대충 퍼져 놀던 남들보다 피 터지게 공부하고 일한 커리어에 대한 보상일 뿐이다. 그걸 그냥 누리면 되는 거다. 괜히 없어도 될 죄책감을 왜 굳이 끌고 와서 느끼려는 거냐’ 등등으로 요약 가능한 어떤 말들. 틀린 말이 아니었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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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