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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cing Disorder_10

Neon Fossel 2021. 11. 13. 04:16

언젠가 연두연두 하리보 녀석이 비슷하지만 다른 말을 해준 적이 있다. 얘라면 조금 차분하고도 다른 얘기를 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른 방식으로 다른(?) 말이었다. “얘네들은 왜 이리 다 편하니, 나만 불편하냐?”

“아마도, 형이 기장이라서 다들 더 그렇게 생각할 거에요. 형은 우리 기수의 장이니까. 승리의 상징…? 그런 거지. 형이 최종면접 보고 나왔을 때, 다대다 면접에서 임원들한테 한마디도 안 지고 말 다 받아치고 나왔다고 애들이 엄청 얘기했어요. 그리고 부서도 임원들 제일 많이 뽑는 상급 부서니까. 이미 현업 부서 선배들이나 회장님, 부회장님, 사장님들이랑 제일 친한 것도 형이잖아요. 그러니까 이해를 못 하는 거지. 그냥 사무직 공채이기만 해도 동아줄 제대로 잡은 건데, 형은 아예 그중에서도 제일 잘 나가는 사람이니까.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엄청 치고 나갔잖아요. 형은 승리의 상징이니까. 그런 사람이 그런 소리를 한다고 생각해 봐요. 다들 ‘배가 불렀나’ 싶지 ㅋㅋ”

하긴, 처음 나를 신병 받듯이 받은 매장은 그걸 몰랐다. 그랬다가 첫 달의 언젠가 본사의 이 지역 영업관리직 선배가 와서는 매장 대표랑 직원들 앞에서 “얘가 이번 공채 기수 기장이에요. 똘똘하고 말 잘하니까 매출도 엄-청 잘 찍을걸요 ㅋㅋ”라고 하자마자 꽤 다채로운 표정들이 나왔다. 매장 대표는 ‘아싸리 뽑기에서 레어 나왔다 개꿀’ 같은 표정이었고, 다른 기존 영업사원들은 ‘어욱… 독한 놈이네’ 같은 표정. 정말 그러네. 그걸 그제야 알았다. 이기고 돋보이기 위해서는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그래서 이미 지금까지 제일 앞서 있다는 결과가 이미 완장으로 드러나있고, 그래서 더욱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까지 있다는.

아이러니했다.

그런 나는 왜 불편했지, 불편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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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