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에서는 예(X)술을 배웁니다.
홍대에서는 예, 술을 배웁니다.
윗 문장은 경영대 옆 미대 건물 뒷길에 실제로 쓰여 있었다. 실제로는 저 ‘예’ 글자에 삭선이었나 가위표가 그어져 있었다. 재학 중이나 졸업 이후나 그 안쪽까지는 별로 들어갈 일이 없어서 요즘은 어떻게 남아있는지 잘 모르겠다. 아랫 문장은 내 응용 버전. 홍대 애들이라고 타대학보다 술을 더 많이 마시는지는 모르겠다. 덜 마신다는 게 아니라, 그 나이 때는 어느 대학 어느 과가 됐든 그냥 다 제정신이 아니도록 자주, 많이 마시니까. 그게 별 차이가 있을까.
물론 홍대생의 일상이 술을 더 자주 마실 ‘환경’이냐 하면 그렇긴 하다. 건대, 한양대 등 소위 말하는 같은 ‘2호선 라인’이라도 서울 동북쪽 어딘가 변두리에 있는 대학가들은 정말 놀 데가 징그럽게도 없다. 그나마 있어봐야 아저씨들 갈만한 곱창집이나 걍 고깃집, 혹은 쓰레기를 버무려 나오지나 않으면 다행일 것 같은 무감성에 저렴하고 이상한 포차가 끝. 그래서 선배나 교수가 억지로 먹이는 게 아니면 제 발로 술 마시러 갈 일도, 갈 데도 별로 없다. 그런 측면에서 홍대가 더 좋은 환경이긴 하다. 누가 억지로 끌고 가지 않아도, 제 발로 친구들이랑 들어가 보고 싶은 가게가 되게 많긴 하거든. 그래서 이런 약간의(혹은 꽤 큰) 환경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저 문장은 그저 멋모르고 ‘홍대 = 예술’이라는 기치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한 신입생이나 외부 출입인을 대상으로 한 전위적, 역설적인 표현쯤인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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