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단골집의 정식 명칭은 ‘마포소금구이’이다. 근데 10년 전쯤 처음 갔을 때부터 ‘껍데기집, 껍집’이라고 불러서 지금까지 그냥 그렇게 부르고 있다. 실제로 껍데기가 유명한 집이기도 하다. 그래서 종종 대충 ‘껍데기 어쩌구’라며 지도에 검색해서 찍어줄 일이 생기면 검색에 실패해버리는 일이 있다. 다행히 위생이랑은 관계없는 수준에서 허름하다. 하필 주황빛 누-런 벽이라서 그을음이 묻으면 더 잘 보인다. 그리고 노오란 조명, 종이에 대충 써놓은 딱 댓 개 정도의 메뉴. 끝. 우리는 그냥 그게 편하고, 가격에 비해 퀄이 혜자 해서 다녔다. 고깃집 아들과 그 고깃집 아들보다 고기를 잘 굽는 나에겐 어느 고깃집이든 보관상태나 양념 등에 다 하자가 있었다. 그런 우리에게 별로 모난데 없이 괜찮다 = 맛있다는 뜻이다.
가끔 행인이나 관광객들이 지나가면서 꼭 안을 한번씩 들여다보고 간다. 뭔가 분위기 있거든. 맛이 있어 보이거나, 분위기가 좋거나, 드라마 <미생> 스러운 그런 느낌. 편하면서도 찐-한 느낌. 옆의 경의선 철길은 몇 년 전에야 공원으로 재건됐을 뿐이다. 그런데 거기를 그냥 거닐던 사람들이 보기에, 하필 바로 그 옆에 가게의 야외 테이블이 눈높이에 맞게 기가 막힌 각도로 훤히 보인다. 가게 내부의 조명과 분위기도 밖에서 한눈에 보이고. 사장님 땡잡았네. 그래서인지 온갖 드라마 촬영팀의 섭외가 달이면 몇 건씩 들어온단다. 이번에야 처음 알았는데, 이미 아주 오래전에 드라마 하나는 여기서 찍었다고. 제목이 뭐라더라. 알게 되면 다음에.
오늘은 드물게도 내가 일찍 와버려서(…) 미리 주문을 하고 기다리고 있다. 이젠 정말 오픈 시간에 안 오면 무조건 대기해야 하는 인싸 가게가 되었다. 뿌듯하고도 아쉽고, 아쉽지만 뿌듯하다. 멍때리고 있는데, 옷을 애처럼 입고 덩치는 산만한 사람이 혼자 입구에서 쭈뼛쭈뼛거린다. 저런 경우는 뭔가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저런 차림새라면 공연팀 내지는 촬영팀이겠지. 한둘 본 게 아니다. 역시나, 사장님을 찾더니 드라마 촬영팀인데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며칠만 촬영하면 안 되냐고 묻는다. 거기다 대고 이왕이면 어차피 가게 쉬는 날로 맞춰야 그나마 장사에 타격이 덜 간다느니 어쩌느니. 역시 이 양반들은 콧대가 높다. 혹은 관심이 없거나. 그도 아니면 그게 필요 없을 만큼 장사가 잘 되니까. 처음엔 좀 삐걱거리나 싶더니 긍정적으로 얘기가 오가나 보다. 가게 내부 사진 몇 장만 찍겠다고 나를 포함해서 일찍 온 테이블들에 양해를 구한다. 네에 그러세요. 세상 흔캐인 제가 찍힌다고 별일이야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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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