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공간에 대한 생각_02

Neon Fossel 2021. 11. 19. 01:30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 혹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과 이웃으로서 함께 사는 것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에 공교롭게도 하루에 두 번이나 같은 일이 있었다. 아침저녁으로 강아지 목줄을 풀고 산책을 시키는 견주들과 마주친 것. 입마개도 당연히 없었다. 나는 원래도 굳이 작은 강아지들한테까지 목줄이나 입마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생각까지는 없었다. 근데 걔네들은 너무나 신났는지, 귀여운 걸 넘어서 무서울 정도로 아무한테나 전력질주했다. 사람들이 움찔하며 그 견주들을 쏘아보았다. 그런 부주의한 견주들이 싫었다. 그 상황 자체가 싫다기보다, 당신들의 부주의가 나머지 개념있는 반려인들을 욕 먹일 걸 생각하면. 저거야 말로 아군한테 가장 민폐스러운 인간들 아닌가. 개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다.

 

사실 이렇게 비좁은데서 벽을 맞대고, 매일 동선을 부딪치며 사니까 그게 그렇게도 복작복작 문제 될 거리가 많다. 조금 널찍하게 띄엄띄엄 살면 누가 뭘 어떻게 키우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우리 시골집의 내 손바닥보다 조금 큰 강아지들은, 옆집 개들이랑 소셜 플레이도 하면서 마당 잔디밭에서 잘 뒹굴고 논다. 건강하고 웃기도 잘 웃는다. 개가 웃는 건 또 처음 봤네. 심지어 딱히 우리 집 반려동물은 아닌 채로 자유로운 영혼인 고양이들이랑도 친하다. 강아지 3 아기 고양이 4 이렇게 놀고 있는 걸 보면, 대통합이 멀리 있는 얘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까. 때 되면 나가서 신나게 저들끼리 놀고, 때 되면 알아서 들어와서 먹고, 때 되면 알아서 들어와서 잔다. 어디까지나, 그다지 많은 사람이 원하지 않기에 땅값이 싼 시골이니까 가능한 얘기다.

 

--/

#hm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