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책이나 음반도 비슷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물리적으로 소장하고 싶어도, 그것 역시 결국은 그럴 ‘공간’을 갖출 수 있느냐는, 그런 비용의 문제가 된다고. 물론 이건 정말로 방 하나를 도배하고도 넘칠 정도의 매니아부터 해당되는 말이긴 하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희한하게도 책이나 음악을 좋아하는데 정작 그런 소장 쪽에는 그닥 관심이 없다. 담기는 그릇보다는 담긴 게 무엇이냐에만 더 신경을 쓰니까.
누군가는 집을 옮길 때마다 서울에 가까워지게, 서울 안에서는 강남이나 종로에 가까워지게 한 칸씩 이동하는 게 꿈이란다. 어떤 사람들은 시골로 갑자기 새 삶을 꾸려 나간다. 우리 시골 동네만 해도 벌써 열 두집이 빌라 같은 집을 새로 짓고 무턱대고 귀농한답시고 들어왔다. 나는 어떤 종류의 인간인가. 자의는 아니지만 시골에 근거지와 기반이 있으면서도, 사실 시골에 그닥 맞는 형태의 인간은 못 된다는 걸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뼈저리게 느낀다. 누군가는 아직 젊어서 그렇다고, 나이가 좀 들어보면 다를 거라고 하지만, 이미 나이 때문에 그런 소리를 할 거였다면 시작하고도 남았을 나이다. 벌써 친구들 중에도 시골 가서 살고 싶다는 소리가 뻐끔뻐끔 나오는 걸. 난 가끔은 아쌀하고 핑하게 매운맛이 돌면서 도시를 혐오하더라도, 대부분은 도시가 좋다. 그게 또 도시의 맛이기도 하고. 편의를 떠나서,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가 있거든.
공간은
가치이자
권력이자
목표이자
필요
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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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