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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ld never be me_06

Neon Fossel 2021. 12. 3. 00:28

맥라렌은 원래 이번 시즌 내내 페라리보다 잘했었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상승 모멘텀을 잃은 느낌이다. 이겜, 이 스포츠도 ‘멘탈’ 스포츠이다. 혹은 어떤 일에는 ‘모멘텀’이라는 게 이렇게 중요하다는 걸 또 한 번 느낀다. 한 번 기세를 탔다면 그걸 쭉 몰아쳐야 하는데, 아쉽게도 드라이버 각각이 그 모멘텀을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꺾였고, 그 이후로 회복을 못하는 듯.

노리스는 비가 왔던 러시아-소치 그랑프리의 패배가 컸다. 그 전까지 다른 그랑프리들에서 1-2위 팀들과 거의 비슷하거나 더 빠를 정도로 폼이 올라와있었다. 그 경기에서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심지어 해밀턴과 막스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우승할 수도 있었다. 그러다 마지막 다섯 바퀴를 남기고 비가 왔다. 거기선 날씨가 워낙 급격하게 변한 점, 그리고 심지어 서킷의 한쪽은 비가 오고 한쪽은 날씨가 쨍쨍(…)했다는 점 때문에 웻 타이어로 교체할지 여부는 순전히 드라이버의 판단이었다. 노리스는 이미 1위였고, 아무리 뒤에 있는 해밀턴이나 막스와 격차가 크다고는 해도 1위가 위치를 포기하고 먼저 피트인 할 수는 없었다. 어지간한 이변이 아니었다면 이런 순위 구성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날이 아니면 언제 우승을 해볼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노리스는 비가 잠깐 내리다 말고 점점 그칠 거라는 데에 베팅을 하고, 비가 오기 시작하는 트랙을 그냥 드라이 타이어로 달렸다. 정확히 3분 뒤부터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고, 노리스는 그렇게 폭망하고 해밀턴이 우승(…)했다. 비가 점점 거세지는 와중에도 그 미끄러운 드라이 타이어로 위태롭지만 참 잘 달렸는데. 해밀턴에게 추월당하는 순간엔 정말 애처로울 만큼 아예 트랙 코너 밖으로 한참을 밀려나갔다. 나중에 시상식 인터뷰에서 1,2위로 들어온 해밀턴과 막스에게 축하하러 오면서도 노리스는 꺼이꺼이 울면서 대성통곡을 했다. 승리에 대한 집념이 보이기도 했고, 참 안타까웠다. 그 사건 이후였다. 노리스는 그 이후로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위험한 모험을 하지 않았고, 그건 곧 기록 단축이나 순위 추월이 거의 없다는 결과로 나타났다.

리카도는 좀 다른 경우였다. 이탈리아-몬짜에서 정말 오랜만에 우승하고 분위기 완전 좋았다. 근데 그 모멘텀을 팀이 끊어먹었다(…). 아마 그즈음부터 시즌 중후반부에 있던 그랑프리들이 앞의 것들과 많이 다른 세팅을 요구하는 바람에 팀에서 파워유닛(엔진과 기타 등등)을 건드린 것 같았다. 그런데 뭐 좀 해보려고 하면 차가 여기저기서 고장 나며 털털털털(…). 아무리 기세가 좋았어도 그 맥을 두 번, 세 번 끊어먹으니 다시 원래 그대로의 쭈구리로 돌아갔다. 드라이버 자신의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팀이 뭘 크게 잘못한 것도 아니고 운이 없던 경우도 많았는데. 이유를 막론하고 분위기 버프빨이 꺼지면 되던 것도 안 되고, 될 것도 안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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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