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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내가 불편하다_02

Neon Fossel 2021. 12. 7. 03:24

팟캐스트에서 '안알남 - 안 물어봐도 알려주는 남자' 채널을 종종 듣는다. 대부분의 대중문화, 그리고 약간씩의 시사, 철학, 역사, 사회 분야에 대해서 떠드는 채널이다. 첫 문장에 '좋아한다'고 했다가 지우고 고쳐썼다. 분야와 스탠스는 완전 취저인데다가 대강 짐작되는 패널들의 됨됨이도 다들 현업 종사자들이라서 탄탄하니 안 좋아하기가 오히려 쉽지 않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머지는 거슬리는 게 좀 많아서 마냥 좋아하거나 매번 챙겨듣진 않게 됐다. 이것도 역체감이라면 역체감이다.

 

'지대넓얕 -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채널을 엄청 좋아했었다. 많이 좋아하다 못해 에피를 여섯 바퀴 넘게 정주행해서 다 외워버렸을만큼. 그러다 오프 강연회 추첨에 실패한 사람들끼리 강연장 근처에서 따로 모임을 만들어버렸고, 출연하는 패널들이 오프 강연이 끝나고 아예 뒷풀이 자리처럼 와버렸었다. 얘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술도 마시고 놀고. 살다살다 별짓을 다해봤었지. 그 채널의 호스트인 채사장이 언론과 했던 인터뷰를 한참 뒤에 글로 읽은 적이 있다. 역시, 재수없게 내츄럴본으로 똑똑한 형이었다. 뭘 어떻게 하면 더 좋을지 굳이 배우지 않아도 스스로 아는 사람. 그래서 내가 참 애정하지. 방송 기획이나 녹음, 편집 등은 어떻게 하는지 디테일한 질문이었다. 거기에 채사장은 그렇게 답했다.

 

'내가 싫은 건 남도 싫겠다고 생각한다. 그런 걸 잘 다듬으려 한다'.

 

출연자들이 웃는 소리는 의외로 중요하다. TV 방송에서도 방청객들의 웃는 소리를 일부러 넣듯, 팟캐스트에서도 청취자들에게 '여기서 웃는 거에요, 이거 웃자고 한 소리에요, 웃어도 돼요'라고 알려주는 거니까. 하지만 팟캐스트는 눈으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웃음소리가 너무 크거나 길어지면 청취자는 허공에 방치된다. '지들끼리만 재밌어, 지들끼리만 시끄러워'라는 생각이 훨씬 쉽게 든다. 내가 남의 방송을 들으면서 그랬다. 그래서 서로 얘기하다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웃음소리는 살리긴 살리되, 실제로 실컷 웃다가 가라앉기까지 분량의 거의 80퍼센트를 쳐낸다.

 

말하는 사람이 바뀌거나 억양이 고조될 때마다 볼륨이 크게 달라지는 게 들을 때 엄청 거슬렸다. 자꾸만 듣는 내가 볼륨을 조절해야 되니까. 그래서 우리 방송을 녹음하고 들었을 때, 소리가 피크치를 넘는 부분은 하나하나 다 잡아내서 출력을 고르게 잡아준다. 방송 자체를 굳이 찾아서 듣는다는 것만 해도 엄청 귀한 일인데, 그런 귀한 청취자가 왜 볼륨을 수십번씩 키웠다 줄였다 하도록 괴롭히는가.

 

편집을 전문 엔지니어나 PD에게 맡기지 않고도 잘하는 노하우가 뭔가요? / 특별한 기술이나 기교는 없다. 있어도 어차피 그게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냥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끈기있게, 끊임없이 만지면서, 대충 끝내서 덮어버리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는 방법 밖에는 없다. 과분한 칭찬과 응원을 들어서 종종 우쭐해질때도 있지만,

 

나는 그냥 듣기에 거슬리지 않게

'기본'을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