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시작됐는지 모르겠지만, 길지도 짧지도 않은 대화 속에 갑자기 자기의 일하는 풍경을 단순하게 묘사하는 릴레이가 시작되었다. 남자들의 대화가 이렇게 아기자기해도 된단 말인가.
덴티스트 : 매일매일 실기 시험보는 거랑 똑같음. 일하는 시간 자체는 거의 항상 집중시간인데, 대신 그게 정해진 시간에 끝나고, 그러고 나면 뒤는 자유시간. 신경치료는 자동차 시트 구석에 빠진 500원짜리 꺼내는 것같이 좁고 안 보이는 데를 낑낑거려야 돼서 싫고, 잇몸 째고 사랑니 뽑는 게 속시원하고 재밌음 ^ㅡ^!!
방청객 1,2 : 오? 은근 꿀인뎅. 근데 좀 변태다.
베농사(변호사) : 검색엔진이나 위키 등에서 절대로 쉽게 자료를 구할 수 없는 주제들로만 된 과제가 일주일에 네…개? 쯤 항상 있는 느낌? 다큐 PD가 닥치는대로 자료 모으고 사람 만나고 하듯 하는 걸 일주일에 네 건쯤 함. 백데이터 준비랑 처리는 별도로 또 있고. 그래서 시간 쓰는 것도 대학생 때 과제 몰려있을 때랑 똑같음. 시간을 굳이 째고 쓰자면야 자유롭게 쓸 수 있는데, 그러다 할 걸 안 하면 due에 가서 망함.
방청객 1,3 : ew……ew…….. 역하네 ㄹㅇ; 과제라니;
ㄴ ㅏ : ‘너 이거 다 할때까지 못 가’ or ‘나 이거 다 끝내기 전까진 절대 안 나가’의 싸움. 카페처럼 생긴 컴실에 그렇게 갇히거나 스스로 가둔 느낌. 혹은 [A, B, C 지점이 있다. 각 지점에 도달 가능한 방법은 무엇이 몇 개 있으며, 그 중 가장 효율적이고 신뢰성 있는 경로는 무엇이며 왜 그러한가?] 같은 문제를 큰 것으로는 한 달에 한 개, 작은 것으로는 하루에 여섯 개씩 푸는 느낌.
방청객 2,3 : 한잔해 ㅇㅇ 한잔해한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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