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Ql3JhC4wQ84&ab_channel=INNRCIRCLE
언젠가 한 번 듣고 그냥 지나쳤던 노래다. 근데 아마 처음 듣고 30초도 안 돼서 굉장히 변태스러운 감탄사를 내뿜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우.. shooooooot!!! That's so siiiiiiiiick. It's literally kiiiiiiilling. 그 뒤로 무슨 다른 노래를 듣든 상관없이 항상 저 (21초)verse 위치에 먼저 나오는 chorus 멜로디가 떠올랐다. 전주에서 대충 이런 소리고 이런 사람이라고 보여줬으니, 쓸데없이 verse깔고 서사 깔고 신파 깔지 말고 본론으로 갑시다. 아... 슈퍼쿨해. 저 첫 멜로디의 시작부터 첫 숨 쉬기 전까지의, 마디 구분으로는 네 마디, 말로 구분하면 한 마디. 이탤릭체로 폰트를 눕히는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기울기로 비스듬하게 눕혀있는 목소리. 비트는 여유있게 기다리면서도 치명적이다. 조급하게 먼저 앞으로 치고 나가려고 천박한 그런 비트가 아닌. 잘못하면 늦을 수도 있을만큼 끝까지 정박을 뒤로 늘여붙여서 -쳐쳡, -투툭. 이렇게 레이백으로 쩍쩍 붙는 비트. 베이스는 무심해서 담백하고 좋다. 그리고 무심한데도 성실해서 듬직하다. 듬직하면서도 mid-range의 또랑또랑 가랑가랑한 톤을 그대로 살려놔서 닭가슴살 찢는 것 같은 질감을 굳이 꼬장꼬장 살려놨다.그리고 문제의 멜로디. (21-25초) 첫마디는 날숨을 담백하게 툭 - 건조하게 던지더니, 아래에서 양옆으로 잘 비빈다. 이게 신스팝이나 디스코를 듣다 보면 이런 느낌을 많이 느끼고, 표현도 이렇게 하게 된다. 옆으로 섹시하게 잘-빠진듯 잘 비비는 음과 가사. 민첩하지만 간질간질하게, 쿨하지만 끈적하게. (26-29초) 상승도 기품있다. 촌스럽게 Ionian을 그대로 따라간 음계도 아니고, 그렇다고 힘을 너무 많이 주는 것도 아니고. 세련되고 사뿐하게 올라가되, 마지막엔 충분히 당기고 툭 툭 잘 놓는.
이 이상한 목소리는 네 겹으로 이루어져 있다.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게 먼저 잘 들리는 순서로 나열하면, 남자의 쌩톤, 여자의 이펙터 톤, 남자의 옥타브 톤, 남자보다 옥타브인 여자의 쌩톤. 여자의 쌩톤과 이펙터 톤은 0초부터 20초까지 전주 부분에 나온다. 이걸 먼저 듣고, 뭔지 인지한 후 발라내면 남자의 쌩톤과 더불어 남자의 옥타브 톤까지 발라낼 수 있다. 흔한 3도 화음 등 어떤 음정간격의 화음에도 의존하지 않고 그저 완전 8도 옥타브 = 같은 음으로만 궤도를 따라 돌면서 목소리의 다른 질감 네 가지를 섞어서 만든 소리다. 아------으 좋아. 넘-모 좋아.
너-무 좋아. 내 스스로랑 가장 비슷한 노래. 비슷하고 싶은 노래. 듣기에 제일 편한 노래. 내 기분 같은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