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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랑 별로 상관없는 침대톡

Neon Fossel 2021. 12. 18. 05:20

(사람들은 생각하기를)
‘남은 단순히 나쁘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이다’
(라고 생각한다)

익살맞고도 날카로운 통찰이다. 어떤 작가가 어떤 작가를 인용한 말을 인용했다. 직전 인용자인 어떤 작가 2는 누군지 알지만 저걸 언급한 매체와 소스가 기억나지 않는다. 구태여 찾느라 허둥지둥 하느니 그냥 자리를 만들어놓으련다. 나는 차마 저런 생각을 하진 못했고, 당신의 촌철살인 퀄은 예술이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잘했다.

내가 단순하게 나쁘고, 남은 복잡하게 좋은 사람이라면.

많이 추워졌다. 몇 시간쯤 잠들었다가 화들짝 깨서는 원래 잘 생각이 없던 것처럼 밤을 지새운다. 글을 쓰면서 남은 밤을 쭉 보내볼까, 내일은 어차피 춥다는데 그냥 계획을 다 접고 집에서 따뜻한 차와 이불에 둘러싸인 채로 글이나 쓰고 놀까. 뭐 그런 생각중.

오랜만에, 오랜만에 생각났지만 사실은 한순간도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던 것에 차라리 더 가까운 어떤 것이 또 떠올랐다. 쓰고 보니 부정의 부정의 한정의 부정으로 이어지는 기괴한 문장이다. 남이 이렇게 썼으면 대차게 깔깔대고 놀렸을 거면서. 가끔은 형식도 내용을 반영한다. 내용같은 형식이다. 쯤으로 포장하자. 이번 주말은 그걸로 할까. 일단 주말의 어디까지가 확보되었는지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일이든 약속이든 뭘그리 와르르 우르르 엎어지고 다시 헤쳐모이는 게 많고도 빠른지.

또다시 정말 오랜만에, 앉은 게 아니라 누운 채로 폰에서 글을 끄적이고 있다. 별다른 이유는 없고 그냥 불편할 것 같아서 잘 안 하는데, 의외로 편할 것도 같아서 항상 꿈꾸기도 하는 자세이다. 근데 불편하다. 아야 어깨 아파.

아무런 맥락과 타이밍도 없이 갑자기 어떤 말이 튀어나가서 글에 써질뻔했다. 그게 어떤 말이었는지 생각해보니 더더욱 놀라울 따름. 세상에나.

좀전에 이렇게 누워서 뻘소리를 시작하려는 찰나에 유튜브 배너 알림이 왔다.

Mercedes F1 채널의 커뮤니티 포스트에 시즌 종료 후 복귀한 팀의 사진이 올라왔길래 댓글을 써놨었는데. 그걸 그새 누가 봤네 ㅋㅋ. 어느때보다 치열하고 멋지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시즌, 그리고 최종전. 심지어 최종전 마저도 시즌 전체를 마치 축약해놓듯 그렇게 치열하게 그리고 그렇게도 논쟁적으로(?) 끝났다. 역사에 길이 남을 승부가, 누가 이기든 양쪽 다 욕을 먹게 만드는 편들기 심판엔딩이었다니. 레이스 디렉터와 심판진의 번갈아 편들기 놀이에 양 팀과 양 드라이버가 휘둘리다가 결국 마지막에 득을 볼 턴이 저쪽이라면서 1년간의 여정이 판가름났다. 아쉽다. 모두가 어디가 우승했든 이건 운영이 심각하게 잘못 됐다는 걸 알았다. 메르세데스가 그걸 법적으로 항소해버리자 제대로 시즌 피날레를 기념하지도 못하고 협회, F1 공식 방송과 채널, 경쟁하는 양 팀의 팬들과 그 외 모든 팬들도 뒤숭숭한채 눈치만 보는 분위기였다. 하기에 따라서는 내년도 레이스를 보이콧 해버린다고 어깃장을 놔도 되는 정도의 팀이지만, 팀과 해밀턴은 아무리 그래도 8번째 챔피언 트로피를 법정에서 얻고 싶지는 않다며 항소를 취하하고 경쟁자인 막스와 레드불에 대해 공식적으로 축하했다.

 

졌다. 그래도 멋지다. 고생했다. 내년엔 압도하자. 다시는, 다시는 이런 비슷한 일 자체가 애초에 생기지 않도록. 뒤에서 보일수조차 없도록, 아예 시야에서 지워버리자(ㅂㄷㅂㄷ). 원래 그래왔듯. 또 F1 얘기 나오니까 급발진 걸린다. 심지어 내 지인들도 평소에 나만큼 F1은 챙겨보진 않지만 F1을 보는 나를 구경하는지라, 메르세데스가 팀 챔피언쉽은 가져갔어도 드라이버 챔피언쉽에서 졌다는 게 확정되자 아무도 일부러 그것에 대해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정말 스포츠 자체와 협회에 오만 정이 다 떨어져버렸지만, 그것 말고도 일이든 사람 문제든 정신이 한개도 없는 연말이라 스스로 알아서 그럭저럭 눌러놓고 있었다. 그래도 아예 기억조차 안 나기 전에 차라리 글로 뽑아내서 남겨놓을까 싶기도 하다. 안 그러면 속에서 계속 맴돌 것 같거든. 그게 아마 지금이거나 돌아오는 오늘 밤이든 내일 밤일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