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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 Me Shelter - Ochunism

Neon Fossel 2024. 12. 7. 20:49

아마도 긍정이 필요할 거다. 단짠한거, 고기 이런거 먹어야 된다. 30년 이상 지구에 표류해본 결과 인간의 사고와 감정은 그들의 기대보다 훨씬 더, 다분히 물리적이고 화학적인 변수에 종속적이다. 맛난거 먹고 재밌는거 보고 좋은거 듣자.

요즘 하루에 30번쯤 듣는 노래.

가사는 아직 안 봐서 전혀 모름. 일본어는 나에게 완전히 외국어다.

보컬 음색이 산뜻하면서도 선이 강해서 좋고, 약간의 비애와 비장미도 잘 묻어나서 아주 좋은 팔레트 같은 목소리다.

기타는 오버드라이브랑 리버브 톤이 예쁘다. 끝. 싫은 게 아니라 좋은 점이 확실하게 이거 하나다.

드럼은 하이햇을 지글지글 찰랑거리면서 베이스드럼과 스네어의 둠빠둠빠를 맛깔나게 정박의 가장 뒤까지 잘 끌어다 붙인다. 단순한 걸 잘하는 게 어려운 이유는 디테일의 차이에서만 그 맛이 느껴지기 때문. 아무리 스튜디오 마이킹이라고 해도 마스터링이든 마이킹이든 정말 현장감과 깔끔함을 둘 다 잘 잡았다.

베이스는 울림이 거의 없이 그리드에 주루룩 꽂히는 값들처럼 액티브 베이스의 그릉그릉거림과 청국장만큼 진한 톤이 살아있다. 그러면서 미드와 미드하이는 적당히 뒤로 물러나 있어서 보컬 혹은 기타를 침범하지 않는다. 영리한 톤 선택이다. 곡 내내 공무원 혹은 현으로 된 징(...)처럼 묵묵히 드럼이랑 둠빠둠빠 하던 베이스가 2:58초부터 4박 준비, 3:00부터 코러스 후반부를 슬랩 주법으로 쪼개서 친다. 이쯤되면 덩기덕 쿵더러러 정도는 되나. 뭔가 저 기계적인 엔진의 부스트 모드, 전기채찍같은 저 맛이 참 좋다. 정작 그래놓고 디아에서 번개법사는 안했으면서(...).

3:01-3:02 사이에 저음을 높은 음에서 낮은 음으로 덜컥 드랍시키는 센스가 좋다. ‘내가 지금 잠깐 집나갔다 올건데 어쨌든 난 베이스다’라는 그런 마커. 그 뒤의 리프를 구성하는 스케일은 안성탕면 스프처럼 실패가 없는, 확신의 7th 마이너 펜타토닉이다. 드럼과 마찬가지로 이 뻔하고 익숙한 국룰소스를 어떻게 잘 비비는지가 중요하다.

3:03, 3:08쯤의 리프들은 그 비법이 들어있다. 흔히 이렇게 작정하고 별러서 만든 궁콤보 구간에 들어오면 듣는 사람이든 치는 사람이든 감정이 고조되고, 손도 더 세게, 스케일도 더 높은 음으로 주르르륵 올라가는 게 자연스럽고 편하다. 근데 이 베이스 리프는 정확히 거꾸로 하고 있다. 저 구간들을 들어보면 옥타브로 뜯으면서 한번 뛰고, 그다음은 스케일을 리버스 하강음으로 주르르륵 접어들어온다. 신기하게도 궁쓸때 점점 올라가며 발산하고 터뜨리는 궁이 아니라, 시크하고 멋있게 차곡차곡 접혀서 의외성과 기계미를 한껏 뽐내버리는 이상한 접근법이다. 본성에 어긋나고 연주도 어렵다. 마치 코너가 다가와서 본능적으로는 두려운데도 오히려 브레이크가 아니라 스로틀을 더 밟아야 다운포스가 나와서 차가 튕겨나가지 않고 돌 수 있는 에프원 처럼.

왜 하필 이 추운 날에 이런 난리일까. 터져나갈뻔한 손과 다리가 이제서야 녹을만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