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근거가 전혀 없이 총리와 여당 대표가 멋대로 권한을 위임 받겠다는 선언을 두고 [두(2)한, 한씨 정권]이라고 칭하더라".
- 성씨에 본관이라곤 딱 하나 있는데, 하필 왜 그 둘이, 하필 그 성씨라서 참 대-단한 가문의 영광이다.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지만 그냥 며칠 자꾸 들리니 귀에 거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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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첩사령부에서 선관위로 출동한 군인들이 태업으로 소극적 저항을 하자, 대신 [정보사령부] 인원들이 결국 직접 밀고 들어갔다".
- 내가 선택한적 없는 집단이지만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자기들 멋대로, 잠깐이지만 슬쩍 이중소속으로 얹어놨던 그곳. 다행히도 별 관련이 없어졌지만. 당신들의 정/첩보 활동은 어떤 집단과 마찬가지로 원래 국내 혹은 국민을 향할 게 아닌 걸로 알고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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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군단, 특히 [해병대]는 모르게 해라".
- 없어보이고 웃겨서 실제로 웃음이 났다. 알면 뭐가 어떻게 됐을 것 같길래 굳히 해병대는 모르게 하라고 했을까. 그렇게 쫄렸나. 살면서 단 한번도 군필자의 다수처럼 '충성'이라고 경례해본 적이 없지만 해병대의 충성은 너무 당연히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는 덕목이기도 하다.
다만, 우리가
'나는 국가 전략 기동부대의 일원으로서 선봉군임을 자랑한다.
(...)
넷, 나는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예 해병이다'
라고 복무신조를 잠 못자고 굴려지면서 외우고, 지옥주를 끝내고 나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수료식에서 저 선서를 할 때, 아무리 철없는 20대 초반이라고 해도 한번쯤은 저 말의 무게를 깨닫는 순간이 스쳐간다.
'선봉군임을 자랑한다'. 뭔 일이 터지면 라인 방어가 아니라 낙하산, 보트, 혹은 육지를 통해 앞으로 치고 나가면서 일빠로 맞는 거구나. 혹은 적이 먼저 때리면 역시나 제일 먼저 맞는 위치에 있겠구나. 그리고 우리가 배치를 받기 2주 전, 전방에선 진짜로 포트리스가 일어났고, 몇주 전까지 훈련단 식당에서 스쳤을 한 두 기수 선임 몇몇이 목숨을 잃었다.
'국민에게 신뢰받는'. 벌써 세번째 전전전 장관이었던, 수사를 무마하려다가 호주로 런쳤던 그 장관이 한 말은 아직도 좀 웃기며 통쾌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해병대는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나?'... 말 같지 않아서. 우리는 국민에게 충성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른 명령을 하는 국가에 충성한다. 그래서 그 당시 포탄이 날아드는 자주포 포대에서 탄을 맞은 선후임의 철모와 정모가 날아다니는 와중에도 이 악물고 자리를 지켰고, 멍청한 자동화 시스템이 계산한 시간보다 불가능에 가깝도록 빠른 시간내에 수동으로 대응까지 했다. 그럼에도 우리가 아무 말이나 듣지 않는 이유는 당신들 몇몇의 사익을 기반으로 한 사조직의 비공식적 압박과 부당한 명령보다 그것이 우선이었을 뿐이다. '민에게는 양이 되고, 적에게는 사자가 되자'. 초대 사령관의 말이었다. 그래서였나, 굳이 이번에도 '해병대'만큼은 모르게 하라고 했던 게.
우리가 알았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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