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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ㅎㅇ 1월 ㅂㅇ 근황_1

Neon Fossel 2026. 2. 1. 12:23

오조오천억년만에 새 윈컴을 샀다.

 

일할 땐 윈도우 데탑을 아예 안 쓴다. 그나마 게임도 와우에 상주하고, 와우 각 시즌 세기말에 한 달쯤 = 연에 두 달쯤만 다른 게임을 하는 입장이다 보니 전전 데탑부터 굳이 가성비가 박살나기 시작하는 고사양 라인업을 갈 이유가 전혀 없다. 내 입장에서의 적정 스펙은 요즘 나오는 겜들의 중-중상옵이 '딱코로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 정도 = 와우에는 차고 넘치는 수준. 이쯤 되면 본체만 따졌을때 항상 100만원 (+)(-) 10만원 정도에서 데탑을 맞추게 된다. 그렇게 3-4년 쓰다가 또 그 시점 기준 비슷한 정도의 예산과 사양으로 갈아치우기의 반복이었다.

 

이번엔 그 전보다 데탑을 좀 오래 썼다. 거의 6년을 꽉 채울 만큼. 중간에 보드 사양을 풀로 땡길 만큼 CPU랑 RAM을 갈고 갖다 붙이긴 했지만 보드랑 GPU 기준으로는 감가상각 이후 잔존가치가 0에 가까워졌을 정도로 정말 박박 긁어 썼다. 벌이만 보면 본체에 쓸 돈을 2.5배 정도 늘려도 될만큼 여유가 생겼지만, 생애주기상 우리 대부분이 그렇듯 돈이 이리저리 휙휙 튕겨나가고 나면 가처분소득은 같거나 더 적어졌(...)다. 그리고 난 윈도우 뿐만 아니라 맥+앱등 생태계에 돈 천이 이미 박혀있다. 게다가 일이나 다른 게 빡세질수록 윈도우 데탑으로 게임이라도 할 시간은 더 줄어들어서 그닥 업글할 필요도 잘 못 느꼈고. '한 번 시원하게 본체만 오백따리로 발싸할까!' 라는 패기를 잠시 접어두고 제정신으로 판단하면, 너 말고도 돈 들어갈 데가 세고 셌다. 할부는 미래의 내가 내겠지만, 그 미래의 나는 그 시점의 과거이자 현재의 나를 저주할 것이다. 이쁘고 비싼 쓰레기를 집에 모셔놓고 별로 쓰지도 못하면서 그러겠지. 제발 이대로만 버텨달라고 기도하면서 2년을 더 질질 끌었다.

 

그러다 작년부터, 램 값부터 시작해서 스토리지 가격이 미쳐날뛰기 시작했고, '지금이 제일 싸다 = 앞으로 매일매일 미친 가격 기록 경신이다'는 말이 스멀스멀 나왔다. 아... 하필 내가 바꿔야될 때 사이클이 왜 이모양이람. 한 3개월 전부터 컴터가 슬슬 비행기 이륙하는 소리와 프리징 현상을 토해냈다. 리소스 모니터를 켤 필요도 없이 그냥 좀 로드가 걸리겠다 싶으면 어김없이 본체와 GPU 쿨러가 엔진블로우 직전의 차 보닛 같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어, 이거 가겠는데 곧. 파워, 보드, GPU 셋 중 누가 먼저 퍼지냐의 싸움이다. 스스로 조립하거나 조립 견적을 짜서 여섯 대 정도의 본체를 갈아치우면서 항상 뻔하게 터져나가는 순서였다. 그나마 파워만 가버리면 10만원 아래로 싸게 먹히지. 뒤에 두 단계에 다다르면 어차피 소켓/슬롯이나 스펙 호환으로 인해 연쇄적으로 파멸적인 옵션만 남는 알고리즘에 갇힌다. 그러다 보면 전체 교체다.

 

누가 봐도 이거 다 거품인데, 지금 사면 호구인데, 오름새를 보니 지금이라도 안 사면 나중에 더 호구잡혀야 된다. 해외/국내 IT 하드웨어쪽 기사나 팟캐 등을 좀 긁어보니 어차피 수급상황 개선은 빨라도 1.5년 이내엔 힘들다. 내 상태론 6개월도 못 간다. 비합리적인 가격을 억지로 감당하는 것 밖에 답이 없는 상황. 이거 마치 몇년 전에 억소리 나게 영끌해서 집이나 코인 사놓고 벼락거지 된 그들과 똑같은 흐름인데. 기분은 상당히 나쁜데, 내부 상황 + 외부 제약을 고려했을 때 답은 이미 나왔다. 짜증난다고 3주를 더 미루다가 결국은 받아들이기로 했다. 정해진 답을 받아들이고 집행하자. 그래도 어거지로 억대 대출 땡기는 것보단 몇백 배 싸잖아.

 

직전에 쓰던 본체까지는 그 당시 기준으로 핫하다는 견적 사이트에서 개별 부품 견적을 직접 짜서 업체에 조립을 맡겼었다. 가끔 업체가 자기네 사정에 유리하게 특정 브랜드의 부품으로 교체할 걸 요구할 때가 있었다. 그런데 내 입장에서 그게 살짝 손해이거나 눈탱이 맞는다 싶으면 그냥 '다른데서 할게요' 한 마디 해주면 될 일이다. 그러면 갑자기 조달이 어렵다던 내 부품이 2시간만에 '해결됐어요 고객님!'으로 탈바꿈하는 웃긴 일들이 생기기도 했고. 그런데 요즘엔 완본체 비율이 훨씬 높아진 느낌이다. 그냥 완본체 견적 폼 자체도 여러가지고, 그 안에서 필요한 사양만큼은 옵션으로 디테일을 넣고 빼고 하면 되니 그게 차라리 더 편하다. 내가 직접 따로 다 사서 모았을 때랑 견적을 비교해봐도, 차라리 업체 입장에서 도매가(특가) 기준 완본체로 구성해놓은 게 더 싸니까 이젠 굳이 세컨체크 할 필요도 없을듯 하고.

 

조립도 전전? 전전전 본체부턴 그냥 맡겨버리는 게 나았다. 사실 보드에 CPU, GPU, RAM, SSD 앉히고 껍데기에 파워랑 하드랙 고정시키는 거야 15분도 안 걸리는 일이다. 문제는 보드의 디테일한 세팅과 선 정리가 빡(...)이다. 보드의 물리캐시나 슬롯 순서를 어디부터 쓰는 게 혹시 더 안정성이나 호환성에 이득인지 -> 이런 건 모델이나 시리즈마다 조금씩 다 다르니 그때그때 구글링하거나 보드 스펙시트 PDF를 한번이라도 받고, 인덱스를 보고 따라들어가서 정의된 값을 확인해야 할 항목들이다. 그런 게 한두 번씩 턱 턱 걸려서 5-10분을 잡아먹으면, 나처럼 이걸 몇 년에 한 번씩 처음 써보는 모델이라 찾아봐야 하는 사람들은 그게 다 모이면 한시간을 넘긴다. 선 정리도 사실 요즘 케이스들은 선 짱박을 자리를 대놓고 마련해 주니까, GPU랑 보드 두군데만 깔끔하게 파워 선을 빼다 꽂고 나머지는 다 숨겨서 뒷판이나 밑판에 말아넣으면 되니 뭐 그리 어려운 건 아니다. 근데 그걸 딱코 길이만 빼서 쓰고 나머지를 이쁘게 케이블타이로 꽉꽉 묶는 그게, 적당히가 안 되는 성격을 가진 나같은 인간에겐 굉장히 스트레스다. 직접 할 땐 두세 번 정도 케이블타이를 잘라내고 다시 묶었었다.

 

근데 밥 먹고 이것만 하는 사람들은 그 시즌에 자기들이 쓰는 부품들이 뻔하니까 애초에 중간중간 스펙시트를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 없고, 선 정리하는 루틴도 뻔하게 표준화 되어있으니 고민이나 온몸비틀기가 전혀 필요 없다. 놀면서 해도 20분도 안 걸린다. 2-3만원 아끼려고 직접 한시간쯤 온몸비틀기를 하면서 + 한두 번 틀려서 바이오스가 안 넘어가거나 부품 인식을 안함 -> 단기적 혈압 상승 확률을 각오하기  vs  그냥 2-3만원 주고 오류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안전하고 깔끔하게 20분 만에 컷하도록 얌전히 놔두기 + 무상 1년 워런티 까지. 닥후자 압승.

 

차 고치는 것에도 똑같은 논리를 적용한다. 유치원이랑 학교에서부터 끝나면 아빠 카센터에서 놀던 정비공 아들이라, 지금도 직접 하면 못할 건 하나도 없다. 적어도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유튜브 꿀팁영상 따위보다는 내가 세배쯤 낫다. 중학생 때부터 주말마다 시골 차고에서 저 악덕업주가 시키는 가내수공업을 감당하면서 느리거나 뻘짓을 할 때마다 '그 머리로 공부는 어떻게 하냐'는 소리를 들으면서 크면, 모르거나 느린 건 용납할 수 없게 자란다. 아빠는 엄한게 아니라 그저 놀리고 지나간 거지만, 내가 그냥 구모델에게 지기 싫었다. 그래도 현재 기준으로는 차에 뭐 하나 까딱이라도 쎄하면 무조건 부르고 무조건 정식 정비사업소에 갖다 넣는다. 가끔 '직접 부품 사서 공임나라 같은데에 맡기면 뭐가 몇만원 싸다'는 친구들이 온몸비틀기를 할 때마다 안쓰럽다. 그냥 그 몇 만원 더 주고, 스스로 알아보는 고통과 뻘짓의 불확실성을 아예 제거하고 전문가한테 맡겨라. 약은 약사에게, 처방은 의사에게. 기술공 아래서 크면 어차피 일반인이 유튜브 보고 용트림을 해봐야 절대 그 근처라도 가까이 갈 수 없다는 걸 배우면서 큰다. 차라리 술값 한 번 아끼거나 점심 먹고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커피값이나 안 쓰면 똔똔이다.

 

2년 쯤 뒤에 부품값이 어느 정도 정상화되고 나면, 뭐라도 사다 붙여서 옆그레이드 보다 조금 나은 업글이라도 할 수 있을까 해서, 그나마 싼(?) 보드만 미래를 보고 옵션을 한단계 위로 샀다. 아무리 가격이 흉흉한 세상이라도 보드를 H나 A로 쓸 순 없다. 최소 B라인은 돼야지. 그랬더니 배송 예정일이 하루가 더 뒤로 밀렸다(...). 난 기다리는 게 정말 죽도록 싫다. 오죽하면 베이스도 전북 익산까지 KTX값 버려가며 들고 올라왔을까. 결국 참지 못하고 전화를 갈겨서, 당일 조립 직후 직접 픽업으로 바꿨다. 조립이 됐다는 전화를 받고, 빛의 속도로 퇴근한 뒤 즉시 차로 쐈다. 용산 오랜만이다. 나진 전자상가 앞 메인 거리를 차로 지나갈 땐 망한 아키하바라(...) 같은데, 그래도 뒷골목은 오히려 다이애건 앨리처럼 아직 활기차다. 전화 받을 때 주차를 물어보니, 그냥 업체 앞에 비깜 켜고 세웠다가 바로 들고가면 되니 주차 따로 안해도 된다고 들었다. 그런데 좁은 골목길을 뒷차에 쫓기면서 처음 가는 컴터가게를 찾다보니 냅다 지나쳤다. 에라이 이럴 바에야 그냥 주차타워에 박자. 까짓거 10분 주차하는데 돈 1-2천원이면 되겠지. 쫓기고 다급한 건 싫다.

 

차를 넣고 슬슬 걸어서 업체 주소로 길찾기를 따라 갔다. 못 찾고 지나친 이유가 온라인에 올라온 업체명이랑 오프라인 사무실이랑 이름이 서로 달라서였다. 예전부터 용산에선 흔하다. 통신판매업만 따로 빼서 사업자를 두 가지로 내놓거나, 오프 매장은 그냥 돈 아끼려고 간판을 안 바꾸고 세월아 네월아 계속 쓰는 경우. 전자상가 안에 박혀있는 다른 업체들보다 규모가 꽤 컸다. 거의 이케아 창고만큼 큰 건물에, 안에선 조립만 하고 있는 작업대가 열댓 개다. 그 추운 날에도 픽업 예정자가 엄청 많은지, 야외에 픽업 예정된 데탑 포장들을 수십개씩 깔고 태그를 붙여놨다. 무슨 노량진 수산시장의 기계버전 같다. 이름이랑 전화번호 뒷자리를 확인해주고 드디어 데탑 포장의 목덜미(손잡이...)를 잡았다. 그 순간 데자뷰처럼 예전에 컴터를 샀던 순간들이 둘셋 스쳤다. 가만 생각해보니 여태껏 단 한번도 컴터를 얌전히 집에서 택배로 받은 적이 없었구나. 항상 본체를 손으로 들고 왔었다. 이놈의 승질머리.

 

집에 와서 부품케이스랑 실제 부품의 시리얼넘버들을 확인하고, CPU-Z를 돌려본 뒤 온라인에 정품확인도 한번 스윽 했다. 별 일 없었다. 요샌 이정도는 소비자가 다 해보니까 이런 걸로 장난질은 잘 안 치겠지만. 암드 처음 써본다. 게임 퍼포먼스 가성비가 인텔보다 오히려 좋아졌고, 요 몇년 인텔 CPU 상태도 별로 맘에 안 들고, 예전처럼 인텔+지포스 로망도 다 깨진 상태라서 일부러 암드로 골라봤다. 윈도우는 분명 주문내역이랑 거래명세서 페이퍼에도 홈 버전이라고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물리 케이스나 OS상으로도 프로가 들어가 있다. 몇만 원 차이 나던데 개꿀이다. 두 면이 유리로 뻥뻥 뚫린 어항 케이스를 처음 써보는데, 손잡이가 뻔히 있는데도 이걸 옆으로 밀라는 건지 앞으로 땡기라는 건지 모르겠다. 손아귀 힘이 무식한 편이라 이거 힘 잘못 주면 와작콩 날 것 같다. 케이스 이름으로 유툽을 검색해서 뚜따하는 걸 봤다. 오, 진짜 걍 땡겨서 뜯는거네. 굳이 안해도 요샌 윈도우 단에서 알아서 드라이버를 잡아주지만, 그래도 찜찜한 건 싫으니 메인보드랑 GPU 펌웨어를 받아서 드라이버를 최신으로 다시 한 번 꽉 잡아줬다. 윈도우는 이미 깔려 있었고, 오히려 짜치는 동네 하꼬업체들에선 자꾸 불법으로 오피스나 한글, 기타등등을 가라 라이센스로 밀어 넣어 준다길래 지저분해지는 게 싫었는데, 그런 게 오히려 하나도 없어서 좋다. 어차피 업무든 일상이든 크게 보면 아이클라우드(혹은 그것을 DB로 쓰는 협업, 메모, 태스크 앱 들)랑 구글 드라이브에 다 올라가 있다. 쓰던 컴에서 옮길 건 정말 와우 애드온 폴더랑 각종 게임들의 스샷폴더, 윈도우 유저 폴더에 남은 것 중 몇몇 제세공과금 관련된 증빙서류 스캔 밖에 없었다. 난 월급쟁이인데 나머지 가족들 사업자 세 개의 부가세를 매년 두번씩 처리하는 끔찍한 루틴이 있다. 한글은 애초에 쓸 일이 없고, 개인용 오피스는 패밀리 계정으로 365를 쓰고 있으니 그냥 스토어에서 받아서 로그인 하고 끝이다.

 

대충 30분 쯤 쓰던 앱들로 새 컴에 자리를 잡아놓고, 쓰던 컴에서 내장 적출(...)을 시작했다. 어차피 보드랑 CPU는 차라리 거실/가정용 싸구려 완제로 당근하면 같이 딸려나가기나 하지, 저 스펙의 개별 부품을 이 시점에 따로 당근에서 살 사람은 없을 거다. 스스드랑 하드를 분리해서 오조오천억년만에 먼지청소를 좀 하고, 이번엔 꼭 한 달에 한 번씩 본체도 먼지청소를 하겠다는 다짐-과 어차피 또 어겨지겠구나 라는 생각을 순서대로 했다. 하드를 분리하려고 나사를 풀다가 이전 업체에서 나사 하나를 끔찍하도록 세게 전동으로 박아놓는 바람에, 드라이버로 야마가 다 나갈때까지 안 빠져서 하마터면 구출에 실패할 뻔했다. 뭉개진 야마에 차라리 힘으로 더 때려박듯이 마지막 한 방으로 돌려서 간신히 빼냈다. 가장 쫄깃했던 순간. 그래서 새 컴의 모든 새 나사는 잠그다가 저항이 느껴질만 하면 바로 멈춰놓았다. 즐겨 보는 전직 르노 그룹 전기차 엔지니어인 유튜버 아조씨에 따르면, 심지어 차량의 내부 정비 매뉴얼에도 적정 잠금 뉴턴은 굉장히 낮게(약하게) 설정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돌리다가 적당히 뻑뻑해진다 싶을때 그냥 멈춰야 된다는 뜻. 우리가 흔히 하듯 엥간한 내 힘으로 더 안 돌 때까지 꽉 잠그면 안 된다. 스스드랑 하드까지 옮겨 붙이고, 스스드 포맷을 한번 싹 돌린 뒤 드디어 하던 겜 + 스스드 용량 때문에 자주 안할 땐 지워놨던 겜들을 모조리 폭풍설치했다. 오예. 이제 귀찮게 시즌별로 지웠다 깔았다 안해도 된다. 근데 100기가 넘는 겜이 너댓개나 되는 건 좀 에바 아닌가. 램이랑 글카는 저사양이라도 수요가 항상 있는 편이라 적출해서 먼지청소를 한 번 한 뒤, 당근용 짤을 찍고 뽁뽁이에 잘 싸놨다. 당근 올려야 되는데 귀찮아서 퍼진지 이틀째다.